배우자 고르는 법, 왜 이 책에는 없을까 | 『결혼 전에 보이는 것』 2회
성격, 자란 집, 돈 쓰는 법, 화날 때 모습, 부모와의 관계. 이런 목록을 한 칸씩 채워 왔는데 다 채우고 나니 오히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기분이 든다(p.31). 배우자 고르는 법을 찾아 헤매 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면이다. 1장은 이 목록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묻는다.
포인트 1. 결혼 만족도 연구, 1만 1,196쌍이 보여 준 세 층
저자들이 가져온 자료는 2020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Joel 외 연구다. 29개 연구실이 따로 수행한 43개 종단 커플 연구의 원자료를 모아 1만 1,196쌍을 다시 분석했다(p.32~33).
답은 세 층으로 나왔다. 지금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는 최대 45%까지 설명됐고, 몇 해 뒤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는 최대 18%, 관계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는 5%도 안 됐다(p.33). 책은 이 숫자가 확률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45%는 "45% 확률로 잘된다"는 뜻이 아니고, 집단의 흩어짐을 설명한 값이다(p.34).
포인트 2. 배우자 조건보다 '관계를 겪는 나'가 더 많이 설명했다
놀라운 건 크기보다 그 45%를 채운 내용이었다. 내가 보고한 관계 경험이 상대가 보고한 것보다 2~4배 많이 설명했다. 상대의 특성과 내 개인 성향은 그 위에 얹어도 설명을 더 보태지 못했다(p.35).
그렇다고 상대를 보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상대가 헌신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은 "이 사람이 나에게 헌신한다고 느끼는가"라는 물음 안에서 이미 드러난다는 것이다(p.36). 그래서 이 책에는 배우자 고르는 법을 알려 주는 장이 없다. 빠뜨린 게 아니라 이 자료를 보고 두지 않기로 했다고 저자들은 쓴다(p.36).
포인트 3. 이 숫자에 붙은 조건들
이 결론은 논문 한 편 위에 서 있다(p.37). 1만 1,196쌍 가운데 6,298쌍, 그러니까 절반이 넘는 쌍이 미국 결혼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였고, 그중 42%는 소득이 빈곤선 아래였다(p.37). 43개 자료는 전부 서구 국가에서 나왔고 한국은 없다(p.38).
원문에 붙은 조건도 셋이다. 전부 자기보고로 쟀고, 추적 기간은 대개 1~2년이며, 연애 중인 커플과 결혼한 부부가 섞여 있다(p.39). 그래서 "배우자를 고르는 일은 소용없다"는 문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책은 말한다. 정확한 문장은 따로 있다.
자기보고 지표로, 1~2년 창에서, 관계 만족의 변화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 (『결혼 전에 보이는 것』 p.39)
이 연구가 지금을 설명한 변수들을 순서대로 바꾼 열 개의 물음이 1장 뒤쪽에 실려 있다(p.40~42). 점수를 매기는 도구가 아니라 기록하는 도구라고 저자들이 따로 적어 둔 열 문항이다(p.42~43).
오늘 해볼 한 가지
최근에 상대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을 떠올려 종이에 두 칸으로 나눠 적어 보자. 한 칸은 '사람에 대한 것', 다른 한 칸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어느 쪽이 길어지는지만 보면 된다(p.47). 만나는 사람이 없다면 지금 내 삶에 만족하는지 한 문장으로 적어 두는 것부터 해도 된다(p.40). 오늘 날짜도 같이 적는다. 반년 뒤에 같은 자리를 다시 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p.47).
다음 회 예고: 3회 「2장 지금은 보이지만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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