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지워지지 않을까? 지우기 대신 편집하기 | 『상처편집』 1회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 앞에서 멈춘 사람에게. 『상처편집』 프롤로그는 지우기와 편집하기를 가르고, 덮어 둔 이야기가 나를 대신 써 내려간다고 말합니다. 오늘 해볼 한 가지까지 쪽 근거로 정리했습니다.

상처편집 개정증보판 표지 —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잊었다고 생각한 장면이 어느 날 불쑥 올라온다. 누군가의 말투 하나, 어떤 날의 냄새 하나에 그때로 끌려간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 정말일까. 『상처편집』의 프롤로그는 딱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한다(p.12). 그리고 저자는 이 질문 앞에서 자기도 오래 머물렀다고 털어놓는다.

포인트 1. 지우기와 편집하기는 다르다

저자가 먼저 가르는 것은 두 동작이다. 지우기는 없던 일로 만들려고 애쓰는 일이다. 편집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둔 채 다시 읽어 낸 자리에서 시작한다(p.13). 같은 문장을 지우지 않아도 그 문장이 놓인 자리와 다음에 이어질 문장은 새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편집자는 과거를 위조하지 않는다. 그 과거가 인생의 마지막 문장이 되지 않도록 뒤에 다른 문장을 이어 쓸 뿐이다(p.13).

포인트 2. 어릴 때 상처가 지금까지 영향을 주는 방식

두 번째 대목은 저자 자신의 고백이다. 그 페이지를 펼치기가 두려워 표지를 덮어 둔 채 지낸 날들이 있었다고 한다(p.14). 그런데 덮어 둔다고 끝나지 않았다.

"덮어 둔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았고, 다만 읽히지 않은 채 나를 대신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상처편집』 p.14)

읽지 않은 상처가 대신 펜을 쥐고 있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때까지 자기가 상처의 "독자"이기만 했다고 적는다. 편집자의 자리로 옮겨 앉기로 한 날에야 그 페이지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p.14).

포인트 3. 상처받은 과거를 다시 해석하는 일은 혼자 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속도와 동행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이 편집이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가장 아팠던 장면을 펼칠 때 먼저 그 페이지를 읽어 주시는 분이 곁에 있고, 같은 어둠을 지나온 사람들의 손도 있다고 한다(p.14~15). 그리고 어떤 상처는 오늘 당장 다시 쓰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미리 말해 둔다. 편집은 단번에 끝나지 않고 한 문장씩, 한 계절씩 이어 가는 일이라서다(p.15).

미리 알아 둘 것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이 편집의 기술을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라 시선을 옮겨 보자는 초대라고 선을 긋는다(p.13). 방법보다 자리를 먼저 바꾸자는 쪽이다. 프롤로그가 이 초대를 어떤 문장으로 닫는지는 책에서 직접 읽어 보시길 권한다.

오늘 해볼 한 가지

오래 덮어 둔 장면 하나를 떠올려서 날짜나 나이, 그때 들은 말 한 줄만 종이에 적어 본다. 고쳐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저자는 오늘은 덮어 두었던 표지를 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p.15).

자주 묻는 질문

상처를 편집한다는 건 과거를 좋게 포장하라는 뜻인가요?
아니다. 저자는 편집자가 과거를 위조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적었다(p.13). 사실은 그대로 두고, 그 뒤에 올 문장을 바꾸는 일이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데, 그럼 평생 이렇게 아파야 하나요?
프롤로그는 지우기 대신 다시 읽고 다시 쓰는 길을 제안한다(p.13). 다만 단번에 되는 일이 아니라 한 계절씩 이어 가는 일이라고 한다(p.15).

다음 회: 1장. 상처는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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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 ▶ 부모님한테 받은 상처? 상처는 텍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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