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족 상처 치유, 지울 수 없다면 어떻게? | 『상처편집』 서평

원가족 상처 치유를 찾는 부부에게. 『상처편집 개정증보판』은 어린 시절 상처를 지우는 대신 다시 읽고 다시 쓰자고 말합니다. 반복되는 부부싸움 패턴, 용서와 화해의 차이, 7주 워크북까지 쪽 근거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 영상으로 먼저 보기: 『상처편집 개정증보판』 해설 (약 9분)

상처편집 개정증보판 표지 — 원가족 상처 치유

배우자의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몸이 먼저 굳는다. 화를 내고 나서야 그 목소리가 아버지를 닮았다는 걸 알아챈다. 원가족 상처 치유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순서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 상처가 지금까지 영향을 준다는 건 알겠는데, 그걸 어떻게 지우는지는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

『상처편집 개정증보판』은 지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지울 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상처받은 과거를 다시 해석한다는 것

저자가 붙잡는 구분은 하나다. 지우기와 편집하기는 다르다는 것이다(p.13).

"지우기는 없던 일로 만들려는 안간힘입니다. 그러나 편집은, 있었던 일을 없앤 자리가 아니라 다시 읽어 낸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상처편집』 p.13)

편집자는 과거를 위조하지 않는다. 그 과거가 인생의 마지막 문장이 되지 않도록 뒤에 다른 문장을 이어 쓸 뿐이다(p.13). 저자는 자기도 오래 자기 상처의 독자로만 살았다고 고백한다. 덮어 둔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읽히지 않은 채 나를 대신 써 내려가고 있었"다고 쓴다(p.14). 신앙 쪽 선도 분명하다. 서장에서 하나님은 상처의 저자가 아니라 치유자라고 못 박는다(p.28~29).

부부싸움 반복되는 패턴, 배우자 탓만은 아니다

2장은 배우자에게 느끼는 감정 가운데 실은 부모에게서 흘러온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p.59~82). 가족치료 이론을 빌려 와, 형제가 한집에서 자랐는데도 서로 다른 책을 물려받은 것처럼 사는 이유를 설명한다(p.64~65). 무거운 책을 물려받은 쪽에게 저자가 건네는 말은 이렇다.

"그것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 자리로 물이 많이 흘러왔기 때문입니다." (『상처편집』 p.65)

4장에는 "그땐 다 그랬어요"라는 말을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다는 대목이 있다(p.114). 흔한 일이라며 눌러 둔 외로움이 아내를 향한 분노와 냉소로 새어 나온 남편의 사례가 붙어 있다(p.114~115). 책이 제안하는 처방은 사실 위에 한 문장을 더 얹는 것이다. "흔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일로 외로웠다."(p.115)

용서와 화해 차이, 그리고 이 책이 하지 않는 것

가장 오래 남은 대목은 용서와 화해를 떼어 놓는 부분이다.

"용서는 내가 그 사람을 향한 원한의 무게에서 놓여나는 일이고, 화해는 그 사람이 신뢰받을 만한 사람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함께 시작하는 일입니다." (『상처편집』 p.129)

학대나 반복된 배신이 있었던 관계라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화해를 서두르는 것은 또 다른 상해라고 분명히 적는다(p.128~129). 폭력이나 중독이 계속되는 관계에서는 직면이나 화해보다 안전을 먼저 챙기라는 말이 책 여러 곳에 되풀이된다(p.7, p.68~69, p.181, p.206).

한계도 저자가 먼저 밝힌다. 이 책은 편집의 기술을 가르치려는 책이 아니고 시선을 옮겨 보자는 초대라고 했다(p.13). 상담 이론도 출처를 확인한 범위 안에서만 조심스럽게 소개한다고 적었다(p.29~30). 상담을 대신해 줄 책을 찾는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배우자나 부모와의 사이에서 같은 감정이 되풀이돼 지친 기혼 그리스도인에게 먼저 권한다(p.5). 소그룹 교재를 찾는 사람에게도 부록에 7주 워크북(p.220~234)이 붙어 있어 쓰기 좋다. 책을 덮을 때 남는 문장은 에필로그의 이 한 줄이다.

"상처는 운명이 아닙니다. 다시 쓸 수 있는 원고입니다." (『상처편집』 p.216)

자주 묻는 질문

원가족 상처 치유, 부모를 원망하라는 책인가요?
아니다. 원인을 찾는 일은 부모를 심판하는 일이 아니라고 여러 번 말한다(p.65~66). 영향은 받았어도 책임까지 대물림되지는 않는다는 쪽이다(p.78~80).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같은 상처가 또 올라오면 실패인가요?
7장은 재발을 실패가 아니라 아직 돌볼 자리가 남았다는 신호로 읽는다(p.196~198). 회복을 상처가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상처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관계"로 정의한다(p.198).

혼자 읽어도 실천할 수 있나요?
책 끝에 7주 워크북이 있다(p.220~234). 한 주에 말씀 묵상, 편집 실습, 점검 질문, 기도문을 하나씩 따라가게 짜여 있다. 저자는 여기서도 속도보다 정직이 핵심이라고 적었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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