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짐, 등에 짐을 진 남자 | 『천로역정』 1회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짐, 등에 짐을 진 남자 대표 이미지
성정민 목사와 함께 읽는 『천로역정』 1회. 책을 읽다 울음을 터뜨린 남자,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짐, 희미한 빛 하나를 붙들고 떠나는 첫걸음을 오늘의 마음으로 읽습니다.

『천로역정』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한 사람이 광야를 걷다가 굴 하나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잠이 듭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p.18). 이 꿈을 꾼 사람은 존 버니언입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그는 국교회 바깥에서 설교했다는 이유로 십이 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다시 갇혔을 때 1부를 썼습니다(p.5). 그러니 첫 문장의 '굴'은 그가 갇혀 있던 감옥으로 읽히곤 합니다. 가장 어두운 자리에서 가장 멀리 가는 꿈이 시작된 셈입니다.

▶ 영상으로 보기: 가족에게 짐을 숨기는 남편의 속마음 (약 8분)

이번 장면: 책을 읽다 울음을 터뜨린 남자

꿈속에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해진 옷을 입고, 자기 집을 등진 채, 손에는 책을 들고 등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던 그는 울며 몸을 떨다가 결국 소리 내어 외칩니다(p.18).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영어 원작: "What shall I do?"

집으로 돌아간 그는 처음에는 아내와 자식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꾹 참습니다(p.18). 그러나 고민은 커지기만 했고, 끝내 가족에게 털어놓습니다. 가족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머리가 이상해진 줄 알고 잠을 재웠고, 나아지지 않자 비웃고 야단치고 나중에는 아예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혼자 방에 들어가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들로 나가 책을 읽고 기도하며 며칠을 보냅니다(p.19).

그때 '전도사'가 다가와 왜 우느냐고 묻습니다. 남자는 등의 짐이 자기를 무덤보다 깊은 곳으로 끌어내릴까 두렵다고 답합니다(p.19~20). 전도사는 멀리 넓은 들판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저 작은 문이 보이느냐고. 남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 빛은 보이느냐고 다시 묻자, 남자는 "보이는 것 같다"고 답합니다(p.20).

"그 빛을 눈에서 놓치지 말고 곧장 올라가시오. 그러면 문이 보일 것이오."
— 영어 원작: "Keep that light in your eye, and go up directly thereto"

남자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오라고 소리치지만 귀를 막고 "생명! 생명! 영원한 생명!"을 외치며 들판 한가운데로 달려갑니다(p.20). 이웃 가운데 '고집쟁이'와 '유순'이 그를 데려오겠다며 뒤쫓아 옵니다. 고집쟁이는 끝내 돌아가고, 유순은 좋은 나라 이야기에 마음이 끌려 따라나섭니다(p.20~23). 이 남자의 이름이 '크리스천'이라는 것도 여기서 처음 나옵니다(p.21).

상징 읽기

  • 등의 짐 — 버니언은 짐이 어디서 왔는지 분명히 합니다. 크리스천은 "손에 든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고 말합니다(p.27). 말씀 앞에 섰을 때 비로소 보이게 된 죄의 무게입니다.
  • 멸망의 도시 — 크리스천이 태어나 살던 고장(p.21). 편안하지만 머물 수 없는 곳입니다.
  • 작은 문과 빛 — 문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빛은 "보이는 것 같다" 정도입니다. 신앙의 첫걸음은 다 보고 나서가 아니라 희미한 빛 하나를 붙들고 떼는 걸음이라는 뜻입니다.
  • 고집쟁이와 유순 — 처음부터 막아서는 사람과, 쉽게 따라왔다가 쉽게 돌아갈 사람. 다음 회에 유순이 어떻게 되는지 보게 됩니다.

성경과 잇기

크리스천의 외침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는 오순절 설교를 듣고 마음이 찔린 사람들의 물음(행 2:37)에서 왔다고 원작이 직접 밝힙니다. 그가 짊어진 짐 앞에 놓을 말씀은 이것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오늘의 마음: 남편이 짐을 숨길 때

이 장면에서 오래 머물게 되는 대목은 사실 문이나 빛이 아니라 집 안입니다. 크리스천은 아내와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버팁니다. 숨기다 숨기다 못 견뎌 꺼냈더니, 돌아온 것은 걱정이 아니라 "미쳤다"는 시선이었습니다.

혹시 "괜히 말해서 집안 분위기만 무거워질까 봐" 하며 버티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게 혼자 짊어진 짐은 결국 더 큰 소리로 터지거나, 더 깊은 침묵으로 가라앉습니다. 아내 쪽에서는 갑자기 이상해진 남편만 보입니다. 짐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버니언은 이 장면을 고치려 들지 않습니다. 짐은 가족이 대신 져 줄 수 없고, 크리스천은 그 짐을 벗을 곳을 찾아 떠나야 했습니다. 다만 오늘 우리 집에서는 한 가지를 해 볼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갑자기 달라 보일 때 "왜 그래?" 대신 "요즘 무엇이 그렇게 무거워?"라고 묻는 것입니다. 짐이 보이지 않아도, 짐을 진 사람은 보이니까요.

함께 나눌 질문

  1. 지금 내 등에 있는데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한 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 문은 안 보이고 빛만 희미하게 보일 때, 나는 걸음을 떼는 편인가요, 다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편인가요?

『천로역정』(존 버니언 저, 주요섭 역, 올재 클래식스) 쪽수를 함께 적었습니다. 인용문은 영어 원작을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다음 회에는 크리스천과 유순이 빠진 늪, '절망의 수렁'으로 갑니다.

💬 함께 나눠요 · 크리스천의 길에서 내 모습과 가장 닮은 장면은 어디인가요? 댓글로 들려주시면 꼭 읽겠습니다.

다음 회 ▶ 겁에 쫓겨 달리다 빠진 늪, 절망의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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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별 연재 목차 · 🤖 AI 교육 과정 · 👤 성정민 목사 소개 · 🎤 강의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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