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자꾸 싸우는 이유? 답은 식탁에 | 『배우자가 나무라면』 서평
▶ 영상으로 먼저 보기: 『배우자가 나무라면』 해설 (약 9분)
싸움의 주제는 매번 다른데 끝나는 모양은 늘 같다. 설거지 얘기로 시작해 서운함으로 끝나고, 다음 날이면 뭐 때문에 싸웠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배우자와 자꾸 싸우는 이유가 정말 설거지였을까.
『배우자가 나무라면』은 그 물음을 지금의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자란 집으로 가져간다. 248쪽, 12장짜리 결혼예비 워크북이다.
원가정 상처가 결혼에 들어오는 길
책은 네 부로 짜여 있다. 나를 발견하다, 너를 이해하다, 상처를 치유하다, 우리를 세우다. 이 순서대로 12주 동안 한 장씩 걸어가도록 설계했다(p.240~241).
첫걸음은 내 쪽이다. 3장은 어린 시절 저녁 여섯 시의 식탁을 떠올려 보라고 한다. 저자는 식탁을 여섯 가지로 나눈다. 침묵의 식탁, 전쟁의 식탁, 심판의 식탁, 부재의 식탁, 가면의 식탁, 은혜의 식탁이다(p.55~63). 조용한 집에서 자란 사람과 큰소리가 오가던 집에서 자란 사람이 한 식탁에 앉으면 같은 말다툼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장의 결론은 뜻밖에 짧다.
"당신은 부모의 식탁을 물려받을 의무가 없습니다." (『배우자가 나무라면』 p.64)
결혼예비학교 워크북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까닭
제목부터 질문이다. "배우자가 나무라면, 나는 무엇입니까?" 저자는 대놓고 물으면 마음속 검열이 먼저 움직인다고 본다. 비유로 물으면 그 방어를 돌아서 속마음까지 간다(p.10~11). 그래서 열두 장 모두 이런 비유 질문 하나씩을 붙들고 간다. 마음에 방이 있다면 몇 개인가, 배우자를 색깔로 표현하면 무엇인가, 결혼이 두려운 이유를 동물로 표현하면 무엇인가.
1장의 답은 물, 햇빛, 새, 뿌리, 다른 나무, 도끼 여섯 갈래로 나뉜다(p.22~31). 성격 검사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이것이 진단표가 아니라 대화를 돕는 교육용 분류라고 못 박고(p.22), 유형 사이에 위아래도 없다고 적는다(p.29). 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는 선언은 여는 글에 이미 나와 있다.
"이 책은 답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질문을 드릴 것입니다. 좋은 질문은 답보다 오래갑니다." (『배우자가 나무라면』 p.13)
부부 갈등 패턴, 선호가 아니라 결핍에서 읽기
6장은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한 문장을 적어 보게 한다. "당신은 충분해", "내가 어디 안 가", "약해도 돼" 같은 문장이다. 저자는 이 문장이 실은 부모에게 듣고 싶었던 말과 닿아 있다고 본다(p.98~105). 취향의 문제로 여기고 넘기면 서운함이 반복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선호는 충족되지 않으면 아쉽습니다. 결핍은 충족되지 않으면 아픕니다." (『배우자가 나무라면』 p.100)
결혼이 두려운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말을 건넨다. 9장은 그 두려움을 약함이 아니라 이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증거로 읽는다(p.135). 두려움은 적이 아니라 정보라는 문장이 이 장의 소제목이다(p.138).
요즘 뉴스로 다시 읽기
올여름 아시아경제가 한국리서치의 결혼인식조사를 전했다. 결혼생활에 만족한다는 기혼 남성은 82%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는데, 여성은 57%로 가장 낮았다. 한 집에 사는 두 사람이 전혀 다른 결혼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이 책 5장이 바로 그 어긋남을 다룬다. 같은 관계 안에서도 두 사람이 느끼는 계절이 다를 수 있고, 그 차이는 각자의 원가정 리듬과 애착, 지금의 스트레스에서 온다고 설명한다(p.92~93). 그러니 상대의 계절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p.93).
「'결혼생활 만족' 男 역대최고라는데…女는?」, 아시아경제, 2026.07.03 (기사 보기)
자주 묻는 질문
결혼 전 대화 리스트로 써도 되나요?
부록 G에 결혼 전에 나눌 대화 20가지가 가치관, 관계, 실생활, 깊은 대화 네 묶음으로 정리돼 있다(p.208~212). 혼자, 커플, 소그룹, 상담과 병행하는 경우의 사용법도 따로 실었다(p.238~239).
교회 결혼예비학교에서 교재로 쓸 수 있나요?
강사용 12주 커리큘럼과 진행 흐름(p.171~176), 위기 상황 대응 매뉴얼(p.177~181)이 부록에 들어 있다. 처음부터 교육 현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책이다.
이 책으로 상담을 대신할 수 있나요?
아니다. 저자가 첫머리에서 먼저 선을 긋는다.
"이 책은 결혼예비교육과 신앙적 성찰을 돕는 워크북이며, 심리 상담이나 정신건강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나무라면』 p.7)
1장에서 스스로를 도끼로 표현한 경우처럼 분노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는 신호에는 워크북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문 상담을 함께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p.31~32). 상담이 필요한 신호 10가지 체크리스트도 부록에 있다(p.182~183).
구매링크: 배우자가 나무라면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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