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AI 활용법? 멈출 곳부터 | 『목회자의 AI 실무 매뉴얼 1권』 서평
▶ 영상으로 먼저 보기: 『목회자의 AI 실무 매뉴얼 1권』 해설 (약 11분)
주보는 토요일까지 나가야 하고, 설교는 주일 오전에 서야 하고, 회의록과 공지도 밀려 있다. 부교역자도 간사도 없는 교회라면 이 일을 목사 한 사람이 다 진다. 그래서 목회자 AI 활용법을 검색해 보지만, 나오는 건 대개 "이 도구가 이만큼 해 준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반대쪽에서 시작한다.
"AI에게 무엇을 맡길지보다, 무엇을 맡기지 않을지를 먼저 정하는 책입니다." (『목회자의 AI 실무 매뉴얼 1권』 p.19)
시간이 모자란 게 아니라 순서가 밀린다
저자는 목회자의 하루가 쫓기는 까닭을 시간의 총량이 아니라 시간이 놓이는 순서에서 찾는다(p.8). 그리고 일을 셋으로 나눈다. 도구로 옮겨도 되는 일, 옮기면 그 일 자체가 사라지는 일(말씀, 기도, 사람을 만나는 자리), 옮길 수는 있지만 틀리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이 붙드는 건 세 번째다(p.9~10).
그래서 설교, 교육, 소그룹, 목양, 행정, 홍보 여섯 영역마다 어디까지가 사람 몫이고 어디부터 도구에 맡길지를 단계로 갈라 두었다(p.13~16). 절차마다 나가기 전에 한 번 멈추는 자리가 있다.
설교 준비 AI 활용, 마지막 문장은 누가 쓰나
4장은 설교 준비를 다룬다. 원칙이 분명하다. 본문을 먼저 읽고 관찰을 적은 다음에 AI를 켠다(p.85). 이 장의 프롬프트 20개 가운데 결론을 내려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p.90).
책에 실린 장면 하나. 마가복음 2장 원고를 AI로 점검했더니 "어른 네 명이면 삼십 분 만에 뜯을 수 있었다"는 문장이 걸렸다. 본문 어디에도 시간 이야기는 없다. 그럴듯한 숫자가 확인 없이 원고에 들어온 것이다(p.150).
"AI는 재료를 다듬고, 설교는 목회자가 합니다." (『목회자의 AI 실무 매뉴얼 1권』 p.89)
교회 개인정보 AI 입력 금지, 책 전체를 꿰는 선
이 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금지선은 사람에 관한 정보를 대화창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p.38).
"교인이 목회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목회자에게 맡긴 것이지 AI 회사에 맡긴 것이 아닙니다." (『목회자의 AI 실무 매뉴얼 1권』 p.150)
7장 목양·상담 편에는 상담 내용을 대화창에 넣는 절차가 아예 없다(p.267). 개인이 그은 선을 교회 전체의 선으로 만드는 방법은 3장에 있다. 목적, 허용, 금지, 검수, 책임자 다섯 칸짜리 문서 한 장이다(p.71). 초안은 혼자 써도 되지만 채택은 당회나 운영위원회에서 한다(p.75).
요즘 뉴스로 다시 읽기
예장 합동이 이번 제111회 총회에서 'AI 윤리 및 신앙 활용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말씀 해석과 선포는 목회자가 맡고, 설교 대필은 금지하며, 상담 내용 같은 교인 정보가 새지 않게 하라는 원칙들이 담겼다고 한다. 기장도 교단 차원의 AI 윤리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 「[제111회 총회특집/주요결의] 'AI 윤리 및 신앙 활용 가이드라인' 채택」, 주간기독신문, 2026.09.21 기사 보기
- 「AI 시대 목회 어떻게…교단 총회, 미래 사역 밑그림」, 데일리굿뉴스, 2026.09.18 기사 보기
교단이 큰 원칙을 정했다면, 이 책이 하는 일은 그걸 한 교회 게시판에 붙일 종이 한 장과 주중 작업 순서로 옮기는 쪽에 가깝다.
누가 읽으면 좋은가, 그리고 이 책의 한계
책이 상정한 독자는 출석 70명 안팎 교회에서 설교와 교육과 행정을 혼자 겹쳐 지는 담임목사다. 행정간사, 교사, 소그룹 리더, 신학생도 함께 넣었다(p.13~14). 책을 덮을 때 우리 교회가 AI를 왜 쓰고 어디까지는 안 쓰는지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절차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 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p.11).
한계도 책이 먼저 밝힌다. 이 책의 절차는 아직 현직 목회자가 실제로 써 보는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절차에 적힌 시간도 잰 값이 아니라 배분 예시다(p.3). 초안을 AI가 썼다는 사실도 프롤로그에 적어 두었다(p.10). 위기 신호 연계 기준표는 임상적으로 맞는지 확인하지 못해 이번 판에서 뺐다(p.305).
자주 묻는 질문
AI로 설교문을 써도 되나요?
책은 본문을 먼저 읽고 관찰을 적은 뒤에 AI를 켜라고 한다(p.85). AI가 시작한 문장은 목회자가 다시 쓰기 전에는 강단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p.88~89).
교회 AI 사용 정책은 어떻게 만드나요?
1장에서 만든 목적 문장을 첫 줄에 그대로 옮기고(p.70), 목적, 허용, 금지, 검수, 책임자 다섯 칸을 채운다(p.71). 채택은 교회의 결정 기구에서 한다(p.75).
AI 프롬프트, 목회에 적용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책은 역할·맥락·형식·제약 네 요소 가운데 가장 자주 빠지면서 실제로 가장 크게 일하는 것이 제약이라고 본다(p.28~29). "이것저것 쓰지 마라"고 늘어놓기보다 "주어지지 않은 것은 비워 두라"는 규칙 한 줄이 더 세다고 한다(p.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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